어느덧 '만화가의 길'이 7회째 접어 들고 있습니다.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이렇게 야트막한 산을 이루고 있네요.
회차에 따라 반응이 좋았던 글도 있었고,
논란의 여지를 남긴 글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만화가의 길을 걷는 '동지'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저로선 그저 반갑기만 합니다.
제가 쓴 많은 문장 가운데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시면서 앞으로도 많은 호응(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반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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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의 묘미 >
뻔한 이야기는 재미가 없습니다.
때문에 대부분 만화는 크게 혹은 작게나마
'반전'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지요.
4컷짜리 개그만화는 물론, 장편 극화나
잔잔하기 이를 데 없는 '힐링계 만화' 역시
반전의 틀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반전이란, 반드시 영화'식스센스'나
만화'몬스터'같은 극적인 반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화가 극을 이어가면서 벌어지는 사소한 에피소드에서,
또는 캐릭터의 대사에서 독자의 예상을 빗나가는 걸로 충분하지요.
1. 설정의 반전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엔 고양이색 쥐 '제리'와 쥐색 고양이 '톰'이 있습니다.
둘의 역할은 극 안에서도 반대로 되어 있지요. 포식자인 고양이가 늘상 당하기만 합니다.
'에반게리온'의 주인공 신지도 로봇만화의 주인공 답지 않게 소극적인 성격이지요.
이렇게 상식적인 범위 '밖'에서 극을 출발하는 것은 독자의 관심을 얻기 쉽습니다.
여자가 된 남자의 이야기. 혹은 그 반대의 이야기.
개로 환생하거나, 전교 짱이 된 왕따의 이야기.
미남자에게 사랑받는 평범한 여학생.
일상적인 위치에 놓인 캐릭터를 조금씩 뒤바꿔 주는 것으로도
만화는 흥미롭게 시작합니다. '과연 어떻게 끝날까'싶은 만화가 되는 거죠.
이런 만화는 극의 중심을 잃으며 방황하지 않는 이상,
완결이 될 때까지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을수 있습니다.
허무맹랑한 설정이라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체적인 근거만 있으면
그것만으로 만화는 출발합니다. 아니, 근거만 탄탄하다면 설정이
허무맹랑할수록 재미있는 만화가 됩니다.
위기때마다 빛을 번쩍거리며 변신하는 변신 소녀물이나 마블 코믹류도
이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겠네요.
2. 전개의 반전
전개의 반전은,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만화가 지망생이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대로 표현하기 쉬운 부분도
아니거니와 프로 작가분들 중에서도 '이것을 잊은 것 아닌가'하는
작품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까요.
핵심을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장편만화=4컷만화+4컷만화+4컷만화+4컷만화+.......]
입니다. 눈치 빠른 분이라면 아시겠죠?
4컷만화는 보통 기승전결을 한컷씩, 마지막엔
반전으로 재미를 주는 형태의 만화입니다.
이것이 장편만화로 그려진다면 - 예를 들어 12권짜리 만화가 된다면
1-3권은 기. 4-6권은 승. 7-9권은 전. 10-12권은 결. 의 형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사실 각 권에서, 각 페이지에서도 기승전결의 구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말 그대로 4컷만화가 계속 이어지는 셈이지요.
(물론 전체적인 기승전결도 함께 있어야겠죠. 그래서 어려운 만화가의 길...)
'아즈망가대왕' 1권의 주워 온 고양이 에피소드와
'타로이야기' 6권의 가정부 혜진의 에피소드는
거의 1페이지 꼴로 이야기의 흐름이 뒤집히는
[만화전개 반전의 정석]입니다.
참고하시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3. 결말의 반전
야구만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 투수는 어떤 공을 던질까?
격투만화라면 반드시 등장하는 필살기. 새로 등장한 적에겐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 이길까?
연애만화는 90% 삼각관계. 주인공은 과연 누구와 맺어질 것인가?
여기서 독자는 지금껏 읽어온 전개에서 나름대로 결말을 유추합니다.
그런 예상을 뒤엎는 것이 만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직구만 던지던 투수가 변화구를 던진다던지, 눈에서 빔이 나가는 권법을 완성했든지 말이죠.
만화에서 감동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반전이 얼토당토 않은 '거짓말'이어선 안된다는 겁니다.
때문에 미리 복선을 깔아두거나, 은근히 그런 방향으로 흐르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일이 필요하지요. 정신없이 전개되다가 꿈에서 깨었다는 식의 허무한 결말은
어떤 독자라도 납득하기 힘드니까요.
4. 마무리
머리말에서 이야기 했듯이
반전의 가장 큰 포인트는 독자의 예상을 빗나가는 것 입니다.
"스토리 전개상, 여기서 주인공은 이런 말을 해야해."
라는 건 역으로 독자에게
"스토리 전개상, 여기서 주인공은 이런 말을 하겠군."
라고 받아 들여지면서 흥미를 떨어뜨립니다.
정말 필요하다거나, 그것만이 최선의 전개라면 어쩔수 없지만
가능하면 이런 진부한 전개는 줄이는 쪽이 좋습니다.
많은 만화를 읽어 그런 반전에 익숙해진 탓에
그걸 역으로 활용해 보려는 경우라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와 '익숙하니까 그냥 반전없이'의
차이점은 주의깊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캐릭터의 성격이든, 기발한 전개든,
뒤통수를 맞은 듯한 엔딩이든,
반전이 좋은 만화가 재미있는 만화입니다.